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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지성의 이야기/번외 이야기

크론병에 대하여... 경험담.

by 푸른지성 201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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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종신이 크론병으로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크론병은 현재까지도 (2014-08-12) "검증된" 완치약이 없습니다.

신약들이 개발되고 임상실험이 진행중이긴 하지만, 전국 병원들에서도 아직 시술을 추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완치"는 아직 없는 병입니다.


크론 병의 내용으로는 갑작스런 만성 치열(항문 주위에 구멍이 뚫리는 현상)가 생기기도 하고,

급성 치루(항문 주변에 커다란 고름 주머니가 생겨 고름이 꽉 차는 현상)가 생기기도 하며,

입부터 항문까지 연결된 장의 어딘가(랜덤하게 발생)가 급성궤양이 일어나기도 하며,

 멀쩡한 장을 몸의 면역 체계가 나쁜놈(정상적이지 않은 세포)으로 오인하여 궤멸시키기도 하는 내장의 면역체계의 이상을 크론 병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절대 죽지는 않는데, 평생 힘든 병이죠.


발병하게 되면 갑자기 항문주위에 고름이 꽉차서 치루인가? 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된답니다.

하지만 의사들도 쉽게 "크론병이다"라고 진단하지 못하는 병이다.

치루나 치열이 아니라 크론병으로 발병을 해도 치루나 치열의 상태와 확실히 비교를 할 수 없으므로,

여러가지 상황과 정밀검사 결과와 mri소견, 외과전문의, 소화기내과전문의가 소견을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크론병입니다."라고 진단이 됩니다.

따라서 크론병의 진단은 일반 소화기내과 의사 혼자서 진달할 수는 없는 질환이에요.


저 역시도 처음에는 치루인줄 알고 조그마한 병원을 찾았죠.

고름만 신나게 빼도 낫지를 않아서 또 다시 그 병원을 갔는데도 또 고름만 짜고 있고...

결국에는 항문 옆에 구멍이 하나 생겨서 고름만 줄줄줄 나오는 상태가 되었었답니다.


그 상태로 대학병원을 찾아갔죠.

처음에 만난 외과전문의는 "난치성 악성 치루"같다고 하더군요.

그 의사에게 강제로 항문 옆에 있던 구멍 외에 2개의 구멍을 더 뚫고 튜브로 고정하여 안의 고름이 계속 빠지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구멍들은 막히지 않았고, 고름은 계속 나오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장을 막고 항문 사용을 잠시 없게 한 뒤 치료를 하자고 합니다.

이때부터 지옥이 시작됩니다. ㅋㅋㅋㅋ

그전까지는 그래도 아파도 참자... 피고름이 줄줄 나오고 커다란 패드(10센티는 넘는)로 

엉덩이를 기저귀 싸듯 테이프로 붙여논 상태라 자리에 앉을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면 낫겠지 생각했어요.


배꼽 왼쪽에 구멍을 뚫어, 그쪽으로 대장의 한 부분을 끄집어 내어, 칼로 반만 자르고 내려가는쪽을 막아버립니다.

그러면 대장으로 오고 있던 변들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자른쪽으로 나오게 되죠.

병원용어로 "장루" 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항문쪽으로 가는 오염물질이 없어지므로 치루나, 치열이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것으로 판단한 외과의사죠.


덕분에 배꼽 왼쪽에 구멍을 뚫고, 장을 꺼내어 반 자르고, 구멍이 뚫린 커다란 네모난 접착판을 장이 나와있는 부분에 붙이고.

그 접착판에 변봉지를 붙이고 6개월을 살았습니다.


배가 접히기도 하고 펴지기도 하므로 이틀이나 삼일에 한번씩 접착판의 접착력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직접 접착판을 떼어내고 몸 밖으로 나온 장을 손가락으로 살살 닦아서 뭍어있던 변들을 세척하고,

장이 나와있는 배쪽 피부도 닦아낸 다음, 샤워를 합니다.


아세요? 자기 장을 직접 만지는 느낌?

손가락의 느낌 말고 장이 내 손가락과 만나서 나는 느낌을 상상할 수 있나요?

"전 그래서 지금도 곱창만 보면 싫습니다."


그렇게 6개월을 견뎌도. 구멍은 막히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항문 옆 구멍이 총 3개가 되었습니다.

외과의사는 난색.


본인이 치료 불가.


결국 "혹시 크론병?"이라는 생각으로 그제서야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조인트 하였습니다.

이미 병원생활 1년차.

이제 몸은 몸대로 굳고, 체중도 43~48키로.

매일 옥상에 올라가서 바람을 쐴때면 여기로 떨어지면 이런 통증이 없겠지... 라는 생각 뿐.

희망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까지 내려갔죠.


이때까지 전신마취수술 7회, 무수면수술 2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고작 1년동안에 말이에요.


전산마취수술 도중 2번 깨어난적이 있습니다.

문득 눈을 뜨니, 눈을 감기전에 봤던 수술대 위에 아직도 있네요.

내 아래쪽에서는 의사들이 뭔가 싹둑싹둑 하고 있고요...

"저기요~~" 라고 해도 아무도 대답을 안합니다.

그러다가 어떤 간호사인지 모를 의사가 와서 다시 수면제를 놔줍니다.

수술 7시간짜리에 있던 두번의 경험입니다.


무수면수술은 수술방에 누워서 들어가는 건 똑같은데 수면제 없이 진행되었던 수술입니다.

시술이 아니라 수술.

항문주위에 뚫린 구멍으로 두꺼운 튜브를 강제로 밀어넣고 봉하는 수술인데

왜 수면없이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제 뭐..... 인생 쫑났죠.

몸은 난도질 당한 만신창이. 회복 된다는 보장도 이제는 없어졌고.

항문주위에 잘려진 부분과 배 옆에 뚫어놓고 장을 꺼내 잘라놓은 부분의 통증들 때문에

외과 수술한 사람들이 흔히 달고 사는 24시간 계속 주입되는 약한 마약류 하나와, 먹는 마약의 한종류를 시간대로 먹었습니다.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을때는 또 다른 마약류를 처방받아 주사받고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아 괴로웠습니다.


팔에 그렇게 많던 혈관은 이제 거의 다 없어져서, 혈관경화가 일어나서 얼음을 계속 대고 있어야 하기도 하고,

주사바늘 꽃을 곳을 찾기가 힘들어서, 다리에 맞거나 골반 옆에 꽃아야 했습니다.

인생 쫑났다. 라는게 이런거 아닐까요?


뭐 여튼. 외과전문의는 이제 내과전문의에게 바통을 넘겼습니다.



첫 대면.

백발에 이제 의사생활 접고 편하게 살만해 보이는 할아버지뻘 전문의...


아.... 역시 안되나보다...

여기가 종착역이구나.... 

이제 다른 치료불가능한 환자들처럼 병원에서 썩든가, 이 병원에서도 쫒겨나겠구나.

싶었죠 ^^;


역시나 또 맨정신에 그 뚫어놓은 항문 속을 체크해주십니다.

치루는 언제나 항문에 직접 손가락을 넣어서 상태를 체크합니다.

외과 전문의가 제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게 100번은 되는것 같아요 -_-....

통증이 장난이 아닙니다.

으아악~정도가 아니에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이제 이 의사가 100번은 쑤시겠구나 -_-.....

생각이 드니 참... 빨리 인생좀 끝났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문의는 달랐습니다.

우선 외과의사로부터 크론병 소견을 받고 시작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러가지 정밀검사들을 하고 크론병으로 확진을 내린 상태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구멍 3개는 막혔고, 더이상 변이 항문 옆으로 새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작은 고름주머니가 있었던지 제가 짜니깐 나오더라구요 -_-;;;

그런건 뭐... 직접 묵묵히 고름을 쭉쭉 짜내고, 의사에게 보고하는 레벨까지 갔죠 -_-.....


크론병 약과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다보니, 드디어 장을 배속으로 넣는 기회가 왔습니다.

잘라져있던 장을 다시 봉합하고, 배속으로 넣어놓으니 장의 유착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장과 배껍질이 붙은거죠.

그래서 지금도 왼쪽 흉터위 배의 피부를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장과 배근육과 피부와 세개가 붙어있는게 보입니다.


여튼 진작에 크론병 약을 먹을껄....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서야 겨우겨우 살아났답니다.

그리고 일전에 올린 스토리로 연결이 되고 

푸른지성과 카즈미의 국제 연애 스토리 - 첫만남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블로그를 하며 일본에서 지내고 있네요 ^^

물론 지금도 많은 약을 달고 삽니다.

약 시간이 늦어지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손끝과 발끝에서부터 참을 수 없는 답답함과 괴로움이 느껴집니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은 제약, 오른쪽은 가족 상비약이네요.





이제는 "외상 후 통증"은 거의 미미합니다.

하지만 희한하게 이 진통제들을 끊을 수가 없어요. 노랗고 두꺼운 울트라셋이알 이라는 약과 왼쪽 하단의 PGN150이라고 써있는 리리카 캡슐 150mg짜리....

이거 두개를 이제 끊어야 되는데 끊을 수가 없는 현상이 발생해버렸습니다.

전문용어로 "진통제 중독"

의사도 끊기 힘들면 무리해서 끊지 않아도 된다며 계속 처방을 해주고는 있는데, 리리카 캡슐은 보험이 되지 않습니다.

울트라셋과 리리카캡슐때문에 한달에 몇천원이면 될 약값이 12만원까지 나가게 되는거죠.

끊어야 하는데 끊을수가 없는 이 약 때문에 만엔이 나가는게 지금은 너무 아까워서, 어떻게든 끊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종신씨가 크론병 때문에 고생했다" 정도로 방송에 나왔죠?

못해도 저의 반만큼은 고생했을겁니다. 어쩌면 더 심하게 고생했을지도 모르죠.

사람을 죽이지는 않고, 죽고 싶게 만드는 병. 병명 "희귀난치성 질환, 크론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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