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중 가장 막내인 친칠라... 케코짱이 오늘 아침 7시를 기점으로 짧은 생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사인은 열사병.
15도~25도 사이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이를 너무 높은 온도에서 지내게 했다.
먹고 살기 힘들었다 라는 핑계....
한번 만져주면 그렇게 행복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만져달라고 보채는 아이였다.
가끔이라도 거실에 풀어놓으면 온바닥을 호기심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던 아이였다.
좀 더 많이 뛰어놀게 해줄걸...
좀 더 시원하게 해줄걸...
좀 더 맛난거 많이 사줄걸...
지금까지 모든 생활의 하나하나가 후회속에 남는다.
케이지를 개조해서 통로를 만들어서 좀 더 재미있는 생활을 하게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다음주 주말에 쉴때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못해줬다.
거실에서 공주가 괴롭히는것이 심해져서 거실 산책 횟수도 줄었던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다 내 잘못이다.
다 내 자만, 오판이다.
예전 코스타 가족이 하나하나 하늘나라로 갈때도 이정도의 우울감은 없었다.
그때는 수명이 짧아서 어쩔수 없지... 라며 자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반면에 수명이 10년이상인 친칠라인 케코짱은 완벽히 내가 죽인것이다.
돈이 없다고, 생활해야 한다고, 온도좀 높게 하고...
그걸 감내하는 것은 나 하나로 족한데, 챙겨주지 않으면 어쩔수 없는 다른 가족들이 피해를 입고 말았네.
어제 밤 10시에도 간식을 주려 케이지를 열었는데, 움직임이 없었다.
케이지에서 꺼내서 무릎위에 올려놓으니 최대한 편하게 다리위에 엎드려 눕는것이 이상했다.
생애 단 한번도 편하게 무릎위에 눕지 않는 아이가,
꼭 사람이 두통에 시달려서 머리를 기대는 것처럼 다리를 베게삼아 눕는것이다.
감은 왔었다.
카즈미와 함께 어떻게 할까 병원엘 데려갈까 하다가.
우선 이동형 케이지로 옮겨서 적신 타올을 깔고 온몸을 적신 타올로 덮어주었다.
열사병의 증상과 동일한 상태.
아침이 되면 병원엘 가든 어떻게든 하자고 하고,
거의 틀지 않는 내가 자는 방의 에어컨을 최대로 틀고 자도록 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눈을 감고 누워있던 케코짱이였다.
1시까지 카즈미와 같이 확인을 하고, 물을 마시게 하고, 나는 3시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 숨을 쉬고 있었고, 조금은 편해보이는 모습이였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카즈미가 확인하러 들어왔을때
바로 그때 하늘나라로 떠났다.
마치 죽기전에 주인 목소리 한번 듣고 가겠다는 의지인지는 알수 없지만,
카즈미가 들어와서 흔들어 깨울때도 조금의 사후경직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몸의 온기도 그대로인채, 그냥 너무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지 숨을 쉬지 않는 모습이였다.
사후경직은 그로부터 30분 후부터 시작되었다.
분명 자기를 사랑하는 주인의 목소리를 듣고 가려 했으리라 생각한다.
순간 모든것이 후회였다.
그냥 어떻게든 어제 밤에 먼 곳에 있는 응급병원이라도 데려가볼껄...
카즈미와 애들이 자는 방은 잘때도 에어컨을 틀어놓으니 작은 케이지에 넣어서 같이 자게 할껄...
요즘 건조사과도 비싸서 많이 못사줬는데 조금이라도 더 사서 먹일껄...
오열하는 카즈미 앞에서, 나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될것 같아, 담담하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카즈미의 말로는 케코짱은 어제 저녁까지 케이지안에서 신나게 뛰고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인즉슨, 발견하기 1시간정도 전부터 아프기 시작했고,
다음날 7시에 바로 하늘나라로 갔다는 얘기가 되는거지....
오래 많이 아프지 않고 하늘나라로 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죽는 날에는 다행히 주인과 함께 잠을 자고 떠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또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는 말을 생각해내는거지... 미친것같이.
그렇게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고 착했던 아이였는데, 내가 죽인거지.
하늘나라로 가는 길은 최대한 성대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냥 땅에 뭍거나, 쓰레기봉지에 넣어서 버리거나, 다른 동물들과 공동화장은 해주기 싫었다.
그래서 가족 입회 개별 화장을 해주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장례회사에서 생전 제일 좋아하는 음식과, 꽃, 장난감등을 준비해놓으라고 한다.
즉시 카즈미와 건조사과와 꽃, 박스를 사러 갔다왔다.
박스에 타올을 깔고 케코짱을 눕히고,
제일 좋아하는 건조사과와 사과나무가지, 해바라기씨등을 넣어줬다.
카즈미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울고 있다.
밥 넣어주면서 울고, 꽃 넣어주면서 울고, 마음이 터질것 같다.
마지막 사진이라도 찍어놔라는 내 이야기에 사진을 찍어놓는다.
우리의 인생속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오후 4시에 장례 전용차량이 집으로 왔고, 장례식을 거행했다.
조촐하지만 구색은 다 갖춰주더라..
아직 죽음이라는 것을 모르는 두 아이는 호기심밖에 보이지 않지만... 당연한 것이리라.
그래도 유노는 죽음이란게 뭔지 의식하는 것 눈치였다.
그렇게 좋아했던 음식들... 살아있을때 더 많이 줄걸...
잠시동안 다시 가족의 시간을 갖고 화장이 시작되었다.
화장이 끝난후 뼈만 남은 것을 보고나서야, 혹시 다시 살아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도 없어졌다.
그 작고 작은 뼈 하나하나를 가지고 주인에게 의지하며 살수밖에 없는 친칠라.
아니 추운 산 바위 틈사이에서 야생으로 살아갔으면 가장 행복했을 작은 동물이겠지.
데미지가 크다.
일상속에서 늘 함께하던 사람, 동물이 갑자기 떠나가는건 데미지가 너무 크다.
조그마한 다리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즐거움을 주었던 아이.
아주 조금만 만져줘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던 아이.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뭍어두리라.
화장이 끝나고 분골을 받았다.
카즈미는 울면서도 아주 작은 캡슐에도 따로 넣었다. 케코짱과의 평생의 기억을 그 작은 캡슐에 넣어 간직하려는 거지.
받은 분골은 집 잔디에 뿌려줄 계획이다.
평생 집 밖에는 나가보지도 못했는데, 늦었지만 집 밖에라도 나가보라고..
정말 몇줌 되지도 않는 아주 조금의 가루...
내 평생의 작은 동물은 케코짱이 마지막일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생애는 야생의 다른 동물 또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간절히 기원해준다.
어쩌다가 다시 동물로 태어난다면 정말 행복한 집에서,
행복하게 수명을 다할때까지 살아남아 편안하게 눈을 감았으면 한다.
주인들이 힘들까봐 너무 빨리 가버린 케코짱.
편안하게 성불하길 기도한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다음 생애는 행복하기만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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