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른지성의 이야기/우울하지만 나의 이야기 1인칭 시점

크론병

by 푸른지성 2021. 3. 23.
반응형

그래 사람을 확 죽이진 않지만, 죽기 바로 직전까지만 만들어놓고, 정작 죽이지는 않는 병이다.

입부터 시작해서 항문까지 모든 내장에 다발성 염증이 생기고, 치유되지는 않는다.

한번 생긴 염증은 포도알 같은 혹처럼 변형되어 각각의 장기 내부에 자리잡는다.

떼어낼수도 없고. 한번 생긴건 죽을때까지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아... 떼어내는 방법이 있긴 있구나.

종용이 생긴 부위의 장기를 잘라내고 이어붙이는 방법.

 

현재 내 소장쪽에는 자갈밭 모양의 종용이 많이 존재한다.

나도 그건 내시경을 통해 몇번이고 봐서 잘 알고 있고.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

 

이번에 항문주위에 생긴 없어지지 않는 치루와 다발성 농양건 때문에 또 한번 수술을 했다,

조금 더러운 이야기이지만...

금번 치루는 없앨수가 없는 깊은 부위에 생겼고, 항문으로 변을 본 뒤 잔존변이 대장쪽에 남게 되는데,

그 잔존변은 나중에 몸의 움직임에 따라서 그 구멍으로 나온다.

따라서 가제를 24시간 몇겹을 붙이고 때에 따라 갈아주며 생활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가족들은 지켜야 한다.

그게 내 사명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니까.

 

몇번이고 내가 쓰러지는 것을 봐온 카즈미는 이제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듯 담담하게 얘기한다.

"오빠가 쓰러져도 내가 어떻게든 우리가족 책임질 테니까 걱정말아요"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일본에 온지 이제 8년..

조그마한 빌라에서 생활하기 시작해서 우리만의 집을 만들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죽음이라는 생각밖에 없다니...

이렇게 가족 모두를 행복의 시발점까지 오게 만들어놓고... 나는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나도 참 거지같은 놈이구나. 싶다.

 

나도 제대로 살고 싶다고...

몇번이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한다.

 

 

 

 

 

 

 

 

 

 

 

 

 

반응형

'푸른지성의 이야기 > 우울하지만 나의 이야기 1인칭 시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切藥 절"약" Day-4  (0) 2021.04.01
切藥 절"약" Day-3-4  (6) 2021.03.31
切藥 절"약" Day-3-3  (2) 2021.03.30
切藥 절"약" Day-3-2  (2) 2021.03.29
切藥 절"약" Day-3  (4) 2021.03.28
切藥 절"약" Day-2  (0) 2021.03.27
切藥 절"약" Day-1  (2) 2021.03.26
다시  (2) 2021.03.25
トラムセット  (0) 2021.03.24
죽음의 문턱  (1) 2021.03.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