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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지성의 이야기/우울하지만 나의 이야기 1인칭 시점

切藥 절"약" Day-2

by 푸른지성 2021.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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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에 내려왔다.

 

예상대로 무기력감이 찾아왔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니 1미터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진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아이들. 마냥 서로 싸우고 난리만 난다.

카즈미는 슬쩍슬쩍 내 상태를 파악한다.

"괜찮아?"

"엉.. 아직 견딜만해"

 

오늘은 토요일이다.

크게 무리없는 날이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의 음식을 입에 최대한 집어넣고 다시 키친 바닥에 앉는다.

유노가 옆에와서 뭐라고 뭐라고 쫑알거리는데 전혀 들리지가 않는다.

 

결국 가만히 앉아있는것도 너무 힘들어서 힘겹게 다시 2층의 유노레이 방에 와서 눕는다.

마지막 수술을 하기 1년전부터 카즈미와 아이들과 같이 자던 침실에서 나와

유노와 레이의 방이 될 방에 매트리스를 놓고 혼자 자고 있다.

약때문인지 방구가 나오면 냄새가 감당못할 지경이라 피해를 주지 않고 싶어서가 주된 이유다.

 

가만히 누우니 예상했던 혈관의 요동이 느껴진다.

잠시라도 1초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든다.

 

온몸을 베베꼬고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불가능하다.

수십번 뒤척인 후에야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키친으로 내려온다.

 

또 레이가 울면서 온다.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안들린다. 

그저 싸우지 말라고만 한다.

 

내가 어떤 상황이든간에, 가족의 생활은 이어져야 하므로 그 가족의 생활은 최대한 유지시키고 싶다.

따라서 조용히 다시 피한다.

 

뭘 했는지 모르는..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한게 없는 토요일이 지나갔다.

그저 키친 바닥에 앉아있거나,

소파에 앉아있거나,

고양이 밥을 주거나,

친칠라 밥을 주거나,

유노와 몇마디 하거나 정도만 했던것 같다.

생각보다 많이 했네? 아닌가? 잘 모르겟다.

 

몸에서 약기운이 점점 없어지는게 느껴진다.

계속 추운데 열을 재보면 신기하게 정상온도다.

내 체온은 정상온도인데 왜이리 나만 추운건가.

 

느껴진다.

지금 과거 몇년간

내 신체에서 생각을 하는 내가(영혼?) 빠져나와서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였는데

빠져나왔던 내가(영혼?) 신체에 들어오는 느낌이 느껴진다.

장난같겠지만, 표현을 한다면 이게 정말 딱 맞는 말 같다.

 

뭔가 많이 망가진 신체에 들어오려는 영혼이

싫다고 싫다고 발악을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버티면 된다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시간은 어떻게 어떻게 흘러 저녁이 되었고

이른 저녁을 무엇을 먹었는지도 모르는 채

가족에게 먼저 잔다고 하고 유노레이방으로 와서 누웠다.

 

밤 10시

잠이 너무 안온다.

양발바닥 중앙을 양손으로 누르고 

온몸을 베베꼬고 어떻게든 잠에 들려고 노력해보지만

1분도 잘수가 없었다.

 

 

 

2개월전 고양이 한마리를 구입했다. (여기선 입양이라는 말보다 구입이라는 말을 쓰므로)

이름은 한글,일본어 공통 '공주짱' (카즈미가 붙임)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서 2개월 딱 살고 나온 아이를 그대로 데려온 지라.

태어난지 4개월차의 고양이다.

 

'엑죠틱 숏헤어'라는 종으로 털 긴 페르시안고양이와 아메리칸숏헤어를 합성해서 나온 아이로,

체형은 페르시안 고양이, 얼굴도 페르시안 고양이, 털은 아메리칸숏헤어의 짧은털이다.

 

페르시안고양이를 키울 자신이 없는(털 엄청 빠지고 관리가 필요한) 남자들을 위한

털 많이 안빠지는 짧은털 페르시안고양이라고 보면 된다. 

모두가 침실로 이동하면 1층은 난방을 하지 않으므로 2층의 침실, 유노레이방, 코타방 3개만 난방을 한다.

침실에서 카즈미, 유노, 레이가 자고

유노레이방에서 나와 고양이가 잔다.

 

잘시간이 되어 카즈미가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이제부터구나.

 

어떻게든 또 내일 아침까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꼬고 잠을 청한다.

 

문득 생각들었다.

'수면제를 먹자.'

찾아보니 있다.

 

치사량을 검색해본다.

'1회 최대 6알'

우선 2알만 먹고 누워본다.

1시간 경과 아무 효과가 없다.

다시 2알만 먹고 누워본다.

 

어떻게 어떻게 일요일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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