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른지성의 이야기/우울하지만 나의 이야기 1인칭 시점32

切藥 절"약" Day-4-2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 7시반. 혼자 아침을 먹어본다. 카즈미가 7시에 밥이 되도록 해놨다. 김치와 조개젓갈과 포장김 한통을 놓고 먹는다. 공주가 자꾸 코타츠 위로 올라와서 내가 뭘 먹는지 냄새를 맡는다. 저리가라고 해도 피해서 다시오고 다시오고 한다. 코타는 중학교 졸업식 이후 4월 고등학교 입학때까지 백수다. 유노도 저번주 금요일 유치원 졸업식 이후 4월 초등학교 입학때까지 백수다. 레이는 덩달아 유치원 쉬기 때문에 일찍 안일어난다. 카즈미의 유일한 평일의 늦잠이리라... 평소에도 내가 카즈미를 먼저 깨우는 일은 거의 없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모든것을 혼자 해보려 한다. 적당히 아침을 때우고 아침약을 먹는다. 크론병 환자는 메살라진을 아침,점심,저녁으로 무조건 먹어줘야 한다. 한국.. 2021. 4. 2.
切藥 절"약" Day-4 절대 안올것 같던 대망의 월요일이 왔다. 그저께부터 시작된 설사때문에 장이 거의 비워진 상태다. 평소같으면 새벽 2~4시 사이에 한번 깨어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본다. 그런데 장이 비어있어서 그런지 화장실을 안갔네... 생각해보면, 진통제에 찌들어있던 장이다. 장도 무감각하게 아주 천천히 움직였으리라... 음식물을 소화시키는데 오래걸리니, 늘 배가 조금씩 나와있었다. 그런데 진통제를 안먹으니, 장들도 '이게뭔 상황이야???' 싶은지 몸부림을 치는 중일거다. 따라서 화장실 가고 싶어서 자다가 깨어나는 상태가 없었던 것 같다. 새벽 6시. 공주가 또 침대에서 바스락바스락 거리고 있어서 눈을 뜨고, 공주밥그릇과 물그릇을 들고 문을 열어준다. 냉큼 거실로 달려가, 자기 화장실에 들어가서 응아를 한다. 아직 거실.. 2021. 4. 1.
切藥 절"약" Day-3-4 사진과 동영상을 컴퓨터로 보여주기 위해 2층의 내 컴퓨터에서 부모님과 통화후, 1층으로 내려왔다. 나 : 엄마가 36킬로래. 카즈미 : 아니 왜????????????? 나 : 모르지. 어디가 많이 안좋은건가.... 하루하루 가뜩이나 신경쓸거 많은 카즈미에게까지 신경쓰이게는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장모의 몸상태는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에 얘기해버리고 말았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 한국에 쉽게 가볼수는 없다. 왔다갔다 하면 한달이 소요된다. 회사일도 문제가 생기고, 집생활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내가 만들어놓은 가족들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가만히는 있을수 없는 문제이다. 그래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오후가 되고, 유노는 금요일 유치원 졸업식하고 첫 주말인데 아무것도 못해준.. 2021. 3. 31.
切藥 절"약" Day-3-3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영상전화가 왔다. '아. 주말이였구나' 저번 금요일에 유노가 유치원 졸업식을 했다. 그 사실도 하나도 전하지 않은채 주말이 왔기에,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카메라로 보여드린다. 이것저것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드리니 어머니께선 너무 좋아하신다. 어머니 : "아유 귀여워라" 하는 목소리의 뒤쪽에 아버지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 "그래서, 뭐하냐, 엄마는 36키로란다" 어머니 : "아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신경쓰이게!!" 뭐?? 36키로????? 아니 왜??? 평소에도 42~3이였는데... 확 줄었네. 계속 캐물어도 대답 안하신다. 나이 때문인가.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는건가. 돈이 없어서? 아닌데. 그정도는 아닐것 같은데??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고 있는놈은 일본까지.. 2021. 3. 30.
切藥 절"약" Day-3-2 앞서, 말씀드리고 싶은건, 이 이야기의 끝은 해피앤딩일 겁니다. 도중도중 별도의 연락으로 안부를 물어주시고, 댓글로도 걱정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미리 말씀드릴께요. 이 글은 미리 작성해 놓은 글이지만, 현실시점으로는 약을 끊은지 10일째입니다. 중독증상은 아직 있지만, 견딜만 하오니, 초반부 우울한 소설 읽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다시 이어갑니다. 우선, 오늘을 버티면 절반은 넘길것으로 예상된다. 4년전인가 5년전인가에도 6년넘게 먹던 아세트아미노펜을 끊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도 일주일? 이주일?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끊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카즈미가 고생했지.... 일본에서의 2회, 3회 요로결석때도. 구급차에 실려갈때도, 농양으로 인한 수술때도, 나의 모든 상황을 다 옆에서.. 2021. 3. 29.
切藥 절"약" Day-3 새벽 6시. 어떻게인가 다행히 잠들었다. 수면제의 효과겠지만, 다행히 몇시간 잔것 같다. 공주(고양이)가 와서 눈을 마주치고 얼굴을 비빈다. '그래 일어나라는거지' 일어나려고 했는데, 몸이 아예 안움직인다. 평소같으면 슬쩍 앉을수 있었을텐데??? 몸을 돌려본다. 다행히 돌아는가는구나. 순간 또 온몸의 혈관이 찌릿찌릿함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1초도 가만히 있을수 없는 느낌에 몸부림을 친다. 아무것도 모르는 요놈은 그저 빨리 1층으로 가자고 애교를 부리기만 한다. 7시경 공주의 밥과 물그릇을 들고, 1층으로 내려온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키친 바닥에 앉았다. 어제 아침보다 더 심한 무기력증, 중력을 느끼며 헉헉거리고 있다. 온몸은 간지럽고, 찌릿찌릿하고, 어제 밤에 살짝 느꼈던 몸에서 빠져나갔던 .. 2021. 3. 28.
切藥 절"약" Day-2 키친에 내려왔다. 예상대로 무기력감이 찾아왔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니 1미터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진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아이들. 마냥 서로 싸우고 난리만 난다. 카즈미는 슬쩍슬쩍 내 상태를 파악한다. "괜찮아?" "엉.. 아직 견딜만해" 오늘은 토요일이다. 크게 무리없는 날이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의 음식을 입에 최대한 집어넣고 다시 키친 바닥에 앉는다. 유노가 옆에와서 뭐라고 뭐라고 쫑알거리는데 전혀 들리지가 않는다. 결국 가만히 앉아있는것도 너무 힘들어서 힘겹게 다시 2층의 유노레이 방에 와서 눕는다. 마지막 수술을 하기 1년전부터 카즈미와 아이들과 같이 자던 침실에서 나와 유노와 레이의 방이 될 방에 매트리스를 놓고 혼자 자고 있다. 약때문인지 방구가 나오면 냄새가 감당못할 지경이라 피해를 .. 2021. 3. 27.
切藥 절"약" Day-1 끊자. 오늘 밤부터 안먹기로 한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행동하자. 양을 줄여서 점진적으로 끊는것도 의미없다. 한번에 끊자. 분명 데미지는 클 것이다. 크다못해 견딜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끊어야 한다는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실천에 옮긴다. 새벽 4시경 눈을 뜨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아직 아무 느낌은 없는것 같다. 다시 눕는다. 7시 10분. 아침이 되었다. 계속. 2021. 3. 26.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래 끊어야 한다. 이 약. 마음을 먹어야 한다. 분명 끊을수 있을듯 한데. 절대 끊을 수 없는 진통제. 분명 나는 일주일정도 죽을것이라. 생각한다. 중간에 현장에 출장도 가야되는데.. 가능할까? 싶지만 끊긴 끊어야 한다. 더 길게 먹어봐야 좋을게 없다는걸 잘 안다. 의사선생의 이야기대로 '더 복용하면 죽을수도 있다'는 말.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 그리고 일본의 의사들도 왠만해선 쓸데없는 말을 안한다. 한국의 의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필요없이 "죽음" 이라는 단어를 쓰진 않는다. 그만큼 약을 끊는게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카즈미와 멋없는 장남 코타와 아빠와 한없이 놀고싶어하는 유노와 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레이와 넓지는 않지만 우리에겐 천국인 우리집에서 가능한한 최대한 오래 살아.. 2021. 3. 25.
トラムセット 한국판은 울트라셋 일본판은 トラムセット 일본에 와서 일본병원에 다녀야 한국에서 울트라셋 먹고 있었다고 하니 이걸 주더라. 알아보니 약효나 주성분은 거의 같다. 사실 1년 2년 장기복용을 해서는 안되는 약이다. 외과수술 후 1주, 길게는 2주정도 중등도의 진통을 하기 위해 먹는 약이라 '장기복용을 했을때의 부작용'은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다. 그저 장기복용 하지 말거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문구외엔.... 나는 그 '아세트아미노펜을 장기복용을 했을때의 부작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기록을 해보자. 다음 장기복용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경고성으로... 1. 한번이라도 안먹으면 중력이 2~3배 몸에 가해지는 느낌으로 움직일수 없을 정도의 중압감 분명 나를 누르는 사람은 없다. 평범한 무기력감이라면.. 2021. 3. 24.
크론병 그래 사람을 확 죽이진 않지만, 죽기 바로 직전까지만 만들어놓고, 정작 죽이지는 않는 병이다. 입부터 시작해서 항문까지 모든 내장에 다발성 염증이 생기고, 치유되지는 않는다. 한번 생긴 염증은 포도알 같은 혹처럼 변형되어 각각의 장기 내부에 자리잡는다. 떼어낼수도 없고. 한번 생긴건 죽을때까지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아... 떼어내는 방법이 있긴 있구나. 종용이 생긴 부위의 장기를 잘라내고 이어붙이는 방법. 현재 내 소장쪽에는 자갈밭 모양의 종용이 많이 존재한다. 나도 그건 내시경을 통해 몇번이고 봐서 잘 알고 있고.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 이번에 항문주위에 생긴 없어지지 않는 치루와 다발성 농양건 때문에 또 한번 수술을 했다, 조금 더러운 이야기이지만... 금번 치루는 없앨수가 없는 깊은 부.. 2021. 3. 23.
죽음의 문턱 매일매일 먹는 치사량 이상의 진통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세트아미노펜2000mg씩 하루에 4회, 치사량은 1000mg씩 하루에 4회. 위키를 인용하면 "하루 최대 허용치는 성인을 기준으로 4g, 간단히 말해 500mg 기준 8정 또는 650mg 기준 6정 미만이다.[20][21] 만약 이를 초과하여 24시간 내 복용량이 10g을 초과하거나 단 한 알을 섭취하였더라도 평소에 알콜을 3단위[22] 이상 마시거나 술과 같이 섭취하는 경우에는 급성 간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난 치사량의 2배를 매일 먹고 있으니 거의 시체겠구나. 아침8시, 오후2시, 저녁8시, 새벽2시... 새벽 2시 알람에 약을 못먹으면 다음날 아침 움직임 자체가 힘들어진다. 진통제가 있었기에 생활이 가능했고 최악의 체력도 무뎌지게 느.. 2021. 3. 22.
반응형